‘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따라 죽지 않게 해 주세요.’
운명적인 메이트.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.
에스퍼와 가이드는 다양한 곳에서 완벽한 한 쌍으로 등장한다.
대부분의 에스퍼가 그렇듯 태하 역시 매칭 가이드와의 만남을 고대했다.
하지만 태하의 짝은 아주 오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.
태하는 더 이상 ‘운명적인 메이트’라고 달콤하게 꾸며진 말을 믿지 않았다.
그렇게 몸과 정신이 무너져 가던 때
태하는 불쑥 자신의 짝이라는 주훈을 만나게 된다.
“안녕하세요, 반가워요.”
“……너, 나 만난 거 후회할 거야.”
한쪽 귀엔 반짝이는 피어싱을 단 그 애는 고작 스물하나.
말갛고 다정하고 예쁜 주훈이 태하는 원망스럽다.
“내 어디가 싫어요?”
“어…… 뭐가 싫냐면……. 말투랑, 생긴 거?”
“…….”
“다 별로야. 처음에 좀 실망했어. 여태 기다린 세월이 아깝다, 뭐 그런 생각 조금 들던데.”
“……기다렸어요?”
“키스도 못하고. 이래서야 무슨 섹스를 해?”
“첫 키스라서 그래요. 가르쳐 주실래요? 전 다 맘에 들었어요.”
부러 상처 주는 말을 내뱉고 날을 세우는 태하에게
그럼에도 주훈은 한 발짝 한 발짝 묵묵히 다가온다.
혼란스러운 마음이 가이딩 때문인지 사랑 때문인지 헷갈리는 와중
두 사람을 둘러싼 상황은 더욱 암흑으로 치달아 가는데…….
그냥 우리 만났던 시간은 전부 인스턴트 같은 거라고 생각해 볼래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