*이 작품은 <호환>의 연작으로 세계관을 공유합니다.
후궁과 왕의 호위 사이 불순한 정으로 태어난 존재, 은리연.
모두 즉결 처형당한 부모와 달리, 리연은 허울뿐인 옹주로서 살아 있다.
제 눈앞에 놓인 길은 왕의 후궁이 되는 것뿐.
“누님, 하……, 누님…….”
그러던 어느 날, 몰래 연모하던 세자 은유가 제게 찾아온다.
짙은 양기를 걷잡을 수 없어 보이는 그는 중독된 상태였다.
“대체 뭘 먹은 거니. 누가 너한테 이렇게 못된 것을 준 거야.”
그 해독법은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뿐.
어쩌면 이는 죽은 친부모가 제게 내려 준 은장도일지도 모르겠다.
“겁내지 마, 유야.”
“……진짜, 못 물러요, 누님.”
독기가 빠지고 나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터이니, 한 번쯤은.
“후회, 하지 마십시오. 이제는 아니 됩니다.”
“어?”
“나를 책임지세요. 나는 그대를 책임질 테니.”
그의 눈동자에는 욕망이 고이다 못해 흘러넘쳤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