또다시 히죽 웃은 장주는 잔인한 주정을 했다.
“사랑한다 해 봐, 서영재.”
순간 머리가 쭈뼛 선 영재는 적의 어린 시선을 던졌지만 그는 또 주정했다.
“내가 와서 좋다고 말해 봐, 서영재.”
속을 내보이자면 그보다 더 많은 말들이 있는 영재는
그것들을 더 깊이 꾹 눌러 담으며 신랄하게 비웃었다.
“똑바로 봐, 나 서영재야?”
순간 그의 흑색 눈동자가 차갑게 흔들렸다.
그러자 그의 손을 차갑게 쳐 낸 영재는 더 악랄한 표정으로 똑똑히 상기시켰다.
“나, 서영재라고.”
술 취했어도 이쯤 하면 욕을 실컷 하고 돌아서 나가겠지 했다.
하지만 장주는 참을 수 없는 괴로움에 얼룩진 얼굴로 신음하듯 말했다.
“내가 또 흔들려, 이 잔인한 년아.”
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영재는
온종일 씨름했던 그 우울감마저도 불쌍해 새된 목소리로 소리쳤다.
“나, 서영재라고!”
“그러니까 너도 흔들려 주면 안 되겠냐고!”
고압적으로 소리친 장주는 비통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.
“버림받고도 또 흔들리는 이 불쌍한 새끼한테
너도 한 번쯤은 흔들리는 척해 주면 안 되나?”
영재는 지금 자신이 무슨 헛소릴 듣고 있는 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.
분명 미친 듯이 뛰는 가슴을 느끼면서도.